[분노의 윤리학] 연극적 구성의 신선한 블랙코미디
Posted on 2013년 2월 24일
‘분노의 윤리학’은 많은 사람들이 스릴러로 오해하고 영화를 접하지만 영화 초반부에 범인의 실체를 이미 다 보여주기 때문에 스릴러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릅니다. 같은 소속사 최고의 연기력을 가진 명품배우들이 모두 출연하며 캐릭터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한국형 블랙코미디 혹은 스플래터 무비라고 할 수 있겠네요.
나쁜놈, 더 나쁜놈, 무지 나쁜놈
영화에는 다양한 캐릭터의 악인들이 나옵니다.
옆집 여자를 도청하며 성적 스릴을 즐기는 관음증 환자 경찰관,
여자를 스토킹하고 결국 살해하는 욕쟁이 남자,
한 여대생을 빚더미의 굴레로 몰아 몸을 팔게 하는 사채업자,
가족이 있지만 정기적인 관계를 갖는 대학교수와 호스티스,
그외에도 변태 사진가, 사채업자 똘마니, 이를 통해 돈을 벌고자 하는 또다른 술집 호스티스
그리고, 진실을 알면서도 침묵하고 자신의 뜻을 돈으로 이루고자 하는 교수의 아내까지..
나는 죄 없다고! 누구에게도 피해주지 않았단말이야. – 이제훈
영화 포스터의 타이틀엔 ‘누가 가장 악인인가?’ 라는 명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영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여기서 말하는 ‘악인’이란 ‘법률적’ 악인의 범주를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윤리적’ 악인을 말하는 것입니다. 물론 남자중에는 법률적으로는 살인을 저지른 남자가 가장 큰 처벌을 받아야겠지만, 영화에서는 유일하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자수하여 법적인 대가를 치루는 인물입니다. 가장 찌질한 캐릭터로 나와서 그렇지. 유일한 캐릭터죠
기쁨… 분노… 슬픔… 쾌락.. 뭐가 제일 중요할 것 같냐?… 분노가 제일 형님이다. – 조진웅
무거운 소재이긴 하지만, 영화의 연출은 상당히 신선하고, 과장된 대사와 상황들도 배우들의 수준높은 열연 때문인지 불편함 없이 균형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대학교수역을 맡은 곽도원과 사채업자 역을 맡은 조진웅의 연기는 역시나 대한민국 최고의 명배우임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줬습니다.
사랑해서 그런거야.. 사랑해서 – 김태훈
모든 인물들이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 없는 ‘악’을 행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죄를 합리화 합니다. 대학교수와 살인자는 여자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하고 변태 경찰관은 그 누구에게 피해를 주지 않았기에 자신의 죄는 가장 가볍다 합니다. 대학교수의 아내도 죄를 지었지만, 장모님의 생일날 바람을 피우고 지금까지의 결혼 생활을 파탄낸 남편에 대한 복수라 얘기 할 수도 있겠네요. 사채업자도 사채업자 나름대로 여자에게 필요했던 급전을 빌려주고 돌려 받지 못해서 그런것 뿐이니, 모두가 핑계는 있습니다.
아~ 여보라고 부르지마~!!! – 곽도원
서로에게 죄를 떠넘기는 그 과정속에서 영화는 블랙코미디적인형식을 갖추고 있습니다. 냉소적이고 음울하고 공포스럽지만, 이 과정 속에서 부조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인데, 뭐 아주 깊이가 있는 건 아니지만 우리 모두가 어쩌면 어느정도의 윤리적 죄를 짓고 자신을 합리화 시키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감독의 물음이 숨어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영화는 스플래터 무비의 연출이 많아 자신과 동질화 시키기 쉽지 않겠습니다만,
인터넷으로 악플을 달고, 누군가가 상처받아 죽었는데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해버리는 그러한 모습도 옆집에 살인사건이 생겼는데도, 그저 자신의 하드디스크만을 챙기는 관음증 환자인 정훈과 크게 다른게 있을까 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잘못한사람은 아무도없네요? – 문소리
당신은 어떤 악인과 가장 닮았나요?
뭐 굳이 철학적 질문을 던져보지 않더라도, 꽤나 흥미진진하고 코믹하고, 스릴있는 영화 ‘분노의 윤리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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