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인간들
Posted on 2018년 5월 15일
어떤 종류의 인간에게는 깊음이라 게 결정적으로 결여돼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나한테 그 깊음이 있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에요.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 깊음이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아오키에겐 그런 능력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 인생은 공허하고, 변화가 없고 단조롭습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주목해준다고 한들, 아무리 겉으로 으스댄다고 한들, 거기엔 아무것도 없습니다.
내가 정말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 아오키 같은 인간이 내세우는 말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여 그대로 믿어버리는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스스로는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하고,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주제에, 입맛에 맞고 받아들이기 쉬운 다른 사람의 의견에 놀아나 집단으로 행동하는 무리 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이 뭔가 잘못된 일을 저지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손톱만큼도 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한 무의미한 행동이 누군가에게 결정적인 상처를 입힐 수도 있다고는 짐작도 못하는 무리들이지요. 그들은 그런 자신들의 행동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든 아무런 책임도지지 않습니다. 정말 무서운 건 그런 부류의 사람들입니다.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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